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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와이 스토리

한식의 새로운 발견, '모락'

3월의 어느 날, 봄이라서 그런지 춘곤증과 함께 저질 체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걸 이겨내는 데에는 역시 밥심이 최고란 생각에 주변 동료들에게 맛집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까다롭게 고른 봄의 맛집은 바로 종로 한식당 “모락”이다. 맛은 물론 한식이라는 메뉴도 매력적이었지만 나의 간택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점심에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거리다. 회사와 가깝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 만으로도 찾기 쉬워 길치인 나에게 안성맞춤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나의 음식 리뷰에 앞서 모락이란 음식점을 소개하자면 토니로마스, 스파게티아, 매드포갈릭으로 유명한 ‘썬앳푸드’의 한식 체인점이다. 모락 홍보 문구를 보면 “한식의 새로운 발견, 모던한 담음새의 한식요리와 다채로운 우리 술을 만날 수 있는 BISTRO SEOUL, 모락”라고 소개되어 있다. 원래는 ‘봄날의 보리밥’이란 한식 레스토랑이었다고 한다. 외국 음식의 거대 체인만 하던 회사가 한식 레스토랑에 손을 뻗다니 왠지 그 동안 외면 받기만 했던 한식이 재조명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한식의 세계화, 고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모던함과 한국적인 것의 적절한 조화인데 모락은 이를 잘 살려냈다.한국적인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인테리어로 되어 있다. 광화문에 있어서인지 외국 관광객이나 바이어도 많이 방문하는데 분위기 있는 한식당을 그들이 방문한다는 생각에 괜시리 내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이제까지 모락의 껍질을 감상했다면, 이제 안에 알갱이 맛을 살펴볼까? 내가 맛 본 음식은 모란 떡갈비, 모듬 버섯 비빔밥, 등갈비 김치찜 정식이었다. 모란 떡갈비는 원래 떡갈비가 맛난 데다 사이드로 조청을 발라 구운 가래떡까지 함께 곁들여져 맛의 풍미가 2배로 레벨업된다. 모듬 버섯 비빔밥은 모락의 시그니처 메뉴로 여러 종류의 버섯과 채소, 그리고 된장찌개까지 한 세트로 나와 모던한 분위기지만 손 큰 한국인의 “정”을 음식에 그대로 담았다. 특히 된장찌개가 시골 된장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다 짜지도 않아 간의 발란스가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등갈비 김치찜 정식은 묵은지와 등갈비가 어우러진 김치찜이다. 김치찜을 시키면 된장찌개, 계란찜과 보리밥이 함께 나온다. 역시나 정이 담뿍 담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나오는 음식마다 군침을 돌게 만들었지만 계란찜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된장찌개의 맛이 그냥 커피라면 계란찜이 TOP랄까? ^^

전체적으로 다른 한식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메뉴지만 조미료의 맛이 덜 느껴지고 깔끔한 맛 그리고 전체적인 음식의 하모니가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외국 손님이 많아서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함인지 음식이 다소 짜고 달달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뭐 그래도 100% 만족할 수 있는 집이 어디 있으랴! 나의 일상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장마철이라 비도 많이 오고 불쾌지수가 높아 지치는 여름. 막걸리 한 사발과 된장찌개가 왜 이리 생각날까? 봄의 춘곤증을 음식으로 이겨내었듯 여름의 불쾌지수는 막걸리로 날려버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