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수도 없이 거치게 된다. 비행기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 저 같은 여행초보, 미식쟁이의 경우엔 그렇습니다 ^^;; - 기내식, “Would you like, beef or fish?”라는 승무원의 물음에 주저주저 하다가는 결국 가장 안 팔리는(?) 메뉴를 권유받고, 결국엔 짧은 영어로 대꾸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난데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런 경우가 비즈니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요즘 마케팅 좀 한다는 기업들 사이에서, SNS 페이지 하나 없고 모바일 준비를 하지 않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트위터던 페이스북이던 일단은 개설부터 하고 보고, 대략 홈페이지 URL 정도 담은 QR코드 하나 확보해서 여기저기에 싣곤 한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QR코드라는 것은 보통 스마트폰에서 스캔하여 이동하는 이용행태를 띄고 있는데, 정작 연결되는 웹사이트는 전혀 모바일에 맞춰있지 않은 PC버전 그대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Active-X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현재의 페이지들은 사파리나 기타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제대로 열리지도 않는다.
이쯤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한다는 우리는 몇 가지 고민거리에 직면하게 된다.
- 모바일 웹사이트를 제작해야 하는 것일까?
- 규모 좀 있는 사이트들은 서비스에 특화된 전용 앱(App)을 배포하던데, 차라리 그 돈으로 앱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 앱을 만들라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 기반이 좋을까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 아직 윈도우모바일 이용자들도 많고, 곧 윈도우모바일 7이 출시된다는데
그럼 대체 몇 종류의 앱을 개발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상관관계를 플랫폼 관점에서 본다면 각각이 독립적인 제품이지만 상호 보완재로써 수직 통합된 제품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제품플랫폼이란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 판매되어야 한다. 아이팟은 1세대 제품부터 아이튠즈와 함께 제공되면서 다른 제조사의 MP3 플레이어와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 당시 MP3 플레이어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음악 파일을 추가하기 위해서 PC와의 연결은 필수적이었다. 애플이 제공한 아이팟+아이튠즈의 조합은 다른 제조사처럼 MP3 하드웨어만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이 음반 업계 가치사슬에 변화를 준 것은 없다. 단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제품플랫폼이라고 불릴 만한 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라는 유통플랫폼이 추가되면서 본격적으로 아이팟+아이튠즈는 제품플랫폼으로 변신한다.
사실, 랭키닷컴에도 모바일 서비스를 하지 않냐는 문의가 한 주에도 몇 통씩 쏟아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데이터 서비스 자체를 모바일로 제공받기보다 모바일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분석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것이겠지만, 어떤 경우가 되었던 간에 ‘모바일’과 ‘스마트폰’이 최근의 핫이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싶다. 잠시 컬럼 지면을 빌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 하자면, 분명 이를 위한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논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데이터가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어떠한 파급효과가 있고 이에 피해를 보는 기업들, 잘못된 정보에 기대어 후속 코멘트와 작업물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유보 중이다.
‘수요가 많으니 일단 질러놓고 보자’라는 것처럼 무책임한 비즈니스가 또 있을까. 다시 주제로 돌아와 모바일 웹과 앱, 어떤 선택이 적합할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모바일 웹은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웹사이트이며, 모바일 앱은 일종의 소프트웨어이다. 단지 Windows나 Mac 같은 PC기반 OS에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OS 위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업데이트되는 블로그 포스트나 뉴스를 볼 때, IE를 이용해 그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보는 방식(As 모바일웹)과 PC에 설치된 RSS 리더기를 통해 받아보는 방식(As 모바일앱)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위는 네이버 모바일의 웹과 앱을 비교한 그림이다. 앞단에 나온 것처럼, 모바일앱은 OS에 따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윈도우모바일이 각각 다른 버전으로 개발되어야 하고, 해외 진출이라도 할라치면 유럽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노키아 심비안이나 미국의 블랙베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굳이 스마트폰의 장점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사이트에서 애써 모바일앱을 런칭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기발한 앱 아이디어를 발상할 시간에 모바일웹 주소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편이 훨씬 비용 효율적이다. 물론, 그 전에 가로 사이즈 320 이내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웹사이트의 구축은 기본이지만, 기존 웹처럼 플래시나 Active-X로 예쁘게 발라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급적이면 GIF나 JPG같은 기본 이미지에 HTML5와 같은 모바일 호환 언어로 제작되어야 하며, 전화모뎀 이용자들이 써도 페이지 로딩에 지장이 없는 수준을 유지해야 좋다.
그렇다고 모든 웹서비스와 비즈니스에 모바일웹이 낫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 페이지와 정보가 너무 많아서 모바일 버전으로 변환하기에는 버거운 사이트는 되레 강조점 몇 개를 찾아서 스마트폰의 기능과 연계시키는 것이 좋으며, 빠른 속도와 보안이 생명인 쇼핑이나 증권정보, 그룹웨어 등은 서버와 프로그램이 1:1로 작용하는 모바일앱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모바일앱을 선택했다면, 처음부터 모든 스마트폰을 감당하려 하지말고 앱 배포지역(국내 혹은 해외)에 따라 점유율이 높은 OS 1~2종에 맞춰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은 필수이다. 모바일웹이나 앱,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오히려 신중한 판단을 내릴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혹 아는가. 이렇게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우물쭈물하다가 기존 웹사이트를 변환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태블릿 PC가 개인용 미디어로 확산되면, 과감하게 스마트폰 유저들을 포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출처 : 랭키닷컴 전략분석팀